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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esign/Insight

Risk of Rain 2 OST 작곡가 해설 영상의 번역 정리

섬네일용

전작에 이어 Risk of Rain 2의 OST를 작곡한 크리스 크리스토둘루(Chris Christodoulou)가 본인 유튜브 채널에 2020년 게시한 사운드트랙 해설 영상입니다. 본 글은 아래의 영상 내용을 간단하게 의역한 것이고,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본 영상 링크

https://youtu.be/AfG5GcGo8Nw

영상을 독립된 창으로 실행한 다음, 이 게시글을 스크롤해서 읽기를 권장합니다.

목차

01. Through a Cloud, Darkly (구름을 뚫고, 음울히)

02. Risk of Rain 2 (리스크 오브 레인 2)

03. Evapotranspiration  (증발산)

04. Thermodynamic Equilibrium (열역학적 평형)

05. Terra Pluviam (비의 땅)

06. Köppen as F--- (x나 쾨펜한)

07. Disdrometer (강우량 측정기)

08. Into the Doldrums (침체기 속으로)

09. A Glacier Eventually Farts (And Don’t You Listen to the Song of Life) (빙하도 결국엔 방귀를 뀐다 (그리고 너는 생명의 노래를 듣지 않지))

10. Nocturnal Emissions (몽정)

11. The Dehydration of Risk of Rain 2 (리스크 오브 레인 2의 탈수화)

12. Parjanya (파르자냐)

13. Hydrophobia (공수증)

14. Antarctic Oscillation (남극 진동)

15. The Rain Formerly Known as Purple (자줏빛으로 알려졌던 비)

16. The Raindrop that Fell to the Sky (하늘로 떨어진 빗방울)

17. You’re Gonna Need a Bigger Ukulele (더 큰 우쿨렐레가 필요할 거다)

18. ...con lentitud poderosa (천천히, 강하게)

19. Petrichor V (페트리코어 V)

20. Lacrimosum (눈물 흘리는 자)

01. Through a Cloud, Darkly (구름을 뚫고, 음울히)

0:03

반갑다. 나는 크리스 크리스토둘루다. 여러분은 지금 리스크 오브 레인 2 앨범 해설을 듣고 있다.

전작 앨범 해설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영상에서는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서 내가 곡을 쓸 때 어떻게 접근했는지, 게임 개발과 음악 사이의 연관성, 이스터에그 등의 주제로 이 앨범이나 최근 3년 간에 내가 작업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0:32

이 트랙은 Through a Cloud, Darkly라는 이름의 첫 번째 트랙이다. 이제 곧 메인 테마가 나올 것이다. (00:40에 메인 테마 등장)

 

0:44

나는 이 트랙을 쓰게 된 것이 굉장히 기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이 게임 전체에서 가장 마지막에 작곡되고 또 프로듀스 된 곡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작 리스크 오브 레인의 모티브를 가져올 때, 전작 OST의 첫 번째 트랙에서 나왔던 오리지널 한 소리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다. (00:56) 지금 뒤에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1:04

이 트랙은 게임 도입부 첫 신에서 재생된다. 이 곡의 목적은 주인공들이 곧 착륙해서 탐험해야 할, 이 미스터리한 행성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1:23

지금 트랙 뒤에서 들리는 길게 늘어지는 음표를 잘 들어보면, 이 소리가 Risk of Rain 모티브임을 알 수 있다.(1:30) 다아아↗다아아↘…. 나아아아↗..나아아아….↘→ 빠람빰빰..

 

1:41

전작처럼, 이번 사운드트랙에서도 가능한 한 작은 모티프들을 계속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도 사용되고, 아니면 분위기를 잡아줄 때에도 사용하고 있다. 기타 리프에도 사용되고, 어디선가 숨어드는 멜로디나 솔로에서도 활용한다. 다양한 부분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연주된다. 형태라 함은, 음을 하향 진행시키기도, 상향 진행시키기도 하며, 반대로 연주하기도 하고, 거울상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가능한 한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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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Risk of Rain 2 (리스크 오브 레인 2)

2:14

이제부터 Risk of Rain 2다.

 

2:18

이 곡은 리스크 오브 레인 2 용으로 작업된 가장 첫 번째 곡이다.

 

2:22

굉장히 조잡한 데모로부터 시작됐는데, 드럼 루프가 있었고, 그리고 곧 아르페지오 신스가 나타난다. (2:36) 두루루루루루↘ 두루루루루루↘ 이게 그 아르페지오다.

 

2:45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는 데모를 3개 정도 썼다. 그중 하나는 12번 트랙 Parjanya가 됐다. 또 하나는 10번 트랙 Nocturnal Emissions가 됐다.

 

그렇지만 데모가 이 트랙에게 갖는 특별한 점은, 이 곡이 리스크 오브 레인 2 용으로 가장 먼저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곡은 굉장히 중요하다(Carries a lot of weight). 왜냐하면 이 시점에서는 듣기 좋은 노래를 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운드트랙 전체의 사운드를 결정하고, 이 게임이 어떻게 소리 날 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다른 트랙에서 활용할 나만의 캔버스, 사운드 템플릿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3:39

보통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겪는 이런 경험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나만의 캔버스를 찾고, 내 사운드에 다가가는 일 말이다. 어렵긴 하지만 즐겁다.

왜냐하면 수많은 가능성들이 앞에 열려 있고, 어느 것 하나라도 꼭 맞는 해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음악이 게임에 맞을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 사운드도 우리 게임에 맞을 수 있다.

 

4:06

하지만 후속작을 작업할 때에는 조금 더 어려워지는데, 왜냐하면 전작과 신작을 연결(connect the dots)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전 새로운 악기를 만드는 것과는 달랐다. 그보다는 이전의 사운드를 가지고 와서, 새로우면서도 낯익은 사운드를 발전시켜야 했다.

 

4:30

그래서 나는 전작의 사운드들을 이번 게임에 많이 가져왔다.

 

4:40

방금 들었던 멜로트론 같은 소리도 그런 류의 소리다.

 

멜로트론 소리가 굉장히 희미하게 들리는데, 멜로트론 소리는 비틀스의 Strawberry Fields Forever 도입부나 장기하와 얼굴들의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도입부에서 들어볼 수 있다. 살짝 뭔가 플루트나 클라리넷 같은 음색을 띤다. 물론, 작동 원리 상 좀 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멜로트론 소리 역시 전작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번 작에서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4:51

하지만 그러면서도, 단순히 원래의 사운드를 재구성(Rehash)하는 정도에 그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맥락에 넣었다. 이를테면 새로운 장치들(stuff)에 집어넣는 것이다.

내가 전작 사운드트랙에서 굉장히 자주 일렉트릭 기타와 비슷한 소리를 냈지만(imply), 기타를 실제로 자주 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엔 기타를 더 많이 넣어보자,라고 생각했다.

 

5:16

그래서 여기 기타가 나온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지금 악구(Phrase)가 끝날 때,

 

5:24

땡~ 땡~~.. 땡~ 때앵~~ 물론, 이 부분 역시 리스크 오브 레인 모티프다.

 

5:33

자, 이제 몇 가지(pickable?) 이번 트랙,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 사운드트랙 전체의 프로덕션 관련해서 있었던 해프닝을 좀 이야기하겠다.

 

5:39

우선, 곧 이 곡에서 등장할 어쿠스틱 드럼 킷에 대한 내용인데, 나는 오랫동안 생각하기를, 이 사운드트랙을 일렉트릭 드럼 킷만으로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계속 시도해 보니까,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제대로 완성 되질 않더라. 사운드 레이어를 더 추가해 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06:05

자, 지금 듣고 있는 부분이 딱 내가 원하던 사운드다. 어쨌건 그래서 어쿠스틱 드럼 셋을 써 보자, 했더니 기존보다 곡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건 정말 운이 좋았다. 어쿠스틱 드럼 셋을 넣고 나서야 나는 이번 사운드트랙이 어떤 사운드를 추구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6:38

자, 이쯤에서 호푸 게임즈와 내가 극초기에 이야기했던 에피소드를 좀 알려주겠다. 이 부분은 게임 개발-음악 프로덕션의 연관성 관련된 주제다.

호푸 게임즈에서 나한테 이메일을 보내왔었다. “크리스, 우리 리스크 오브 레인의 후속작 개발을 조만간 할 거라는 거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제 시작할 거고요, 그리고 3D로 할 겁니다.”

 

07:04

내게는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다. 우리 팀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rest on our laurels) 똑같은 시도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며,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이런 미친 모험에 당신을 초대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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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Evapotranspiration (증발산)

7:44

자, 그 초대장을 받은 이후 호푸 게임즈와 나는 음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논의했던 것은 3D로 게임이 개발되면서 나타난 넓은 공간에 대한 광대함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전작의 2D 월드에서는 공간이 그저 암시될 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실제로 그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발견하고, 경험하고, 언덕과 산을 오르내리고, 적들이 온갖 장소에서 사방팔방으로 공격해온다.

어쨌든, 핵심은 이런 개방감(Openess)이 음악을 통해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8:24

그래서 이런 문제는 두 가지 결정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는 곡의 길이였다.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사운드트랙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레벨에서 재생되는 곡의 길이가 길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 거의 대부분의 곡이 5분 이상이다. 어떤 곡은 거의 20분에 수렴하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느긋하게 레벨을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every nook and cranny)을 탐험하면서 이 광대함을 즐기도록 했다.

 

8:53

두 번째는 곡이 좀 더 분위기를 조성하고(atmospheric and more moody), 전작의 사운드트랙이 좀 더 지속적으로 분위기를 이끄는(constant drive) 느낌이 강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뭐랄까, 음악이 살짝 플레이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서 좀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be more of a the music off the plays and none of the events that are happening)

 

9:15

물론, 결국에는 어떤 음악이든 분위기를 이끌거나(Driven), 좀 더 템포를 올리거나(upbeat), 좀 더 밀어붙이거나(pushing) 하게 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굉장히 많은 앰비언스나 느린 파트, 이를테면 지금 듣고 있는(09:32) 부분 같은 게 포함되어 있다. 이 곡 Evapotranspiration에서는 아까 들은 부분이 그런 역할을 한다.

 

9:41

자, 그러면 이 곡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이 곡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 곡에는 특정한 음악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건 바로 어쿠스틱 타악기(percussion)이다. 그런데 그 타악기가 사운드트랙 내 다른 곡에서는 적극적으로 배제되었다.(Actively Discarded)

 

10:05

이 곡의 타악기 사용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자면, 우리가 이 곡을 작업할 때에는 원래 다이내믹 사운드트랙을 만드려고 했었다. 현재 게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곡이 조금씩 다르게 재생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액션량(amount of action)에 따라서 음악에 몇 가지 음악적 레이어를 페이드 인-아웃해 주는 방식으로 접근했었다.

 

10:34

그중에서 실험할 때 가장 명확했던 부분은 타악기였다.

 

10:43

결국 나중에 우리는 그 아이디어를 폐기했다. 그 결과, 지금 들리는 이런 타악기 소리가 다른 사운드트랙에서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거의 재사용하지 않았다.

 

11:01

이 부분은 전체 사운드트랙에서 중요한 순간이다. 왜냐하면 앨범 전체에서 널리 사용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이 구간의 사운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11:12

지금 높은음으로 들리는 틱틱(Click) 거리는 소리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핫둘셋넷다, 핫둘셋넷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11:24

지금 듣다시피, 틱 소리가 5번 났다. 그런데 곡의 박자는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4/4박이다.

 

11:35

이런 것을 폴리펄스(Poly-pulse), 혹은 크로스 리듬(Cross-Rhythm)이라 부른다. 일종의 폴리리듬적인 콘셉트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박자 단위(metric unit)를 서로 맞서게(against each other) 연주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5박과 4박이 맞서는 경우다.

 

11:50

그리고 5박의 음표를 4/4박의 길이에 맞추어서 연주하는 것을 다섯잇단음표(Quintuplet)이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섯잇단음표라 할 때는, 보통 4박 길이에 맞추어서 연주한다. 그러나 원한다면 2박 길이에 맞추어서 5박을 연주할 수도 있다. 아니면 6박 길이에 맞추어서 연주할 수도 있다.

 

아래쪽 빨간색이 기존 4/4박이라 할 때, 기본적으로 다섯잇단음표는 이 4박에 맞추어서 5번 소리를 낸다.(주황색) 그렇지만,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서는 4/4박의 2박째에 맞추어서 5번 소리를 낼 수도 있다.(초록색)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박자가 충돌하도록 만드는 것을 폴리리듬이라고 한다.

 

12:15

어쨌든 핵심은 이 사운드트랙 전체에서 이런 다섯잇단음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에서도 계속해서 언급하려고 지금 이 부분을 강조해서 설명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사운드트랙에서 곡을 쓸 때, 어떤 식으로 곡이 구성되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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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Thermodynamic Equilibrium (열역학적 평형)

12:46

자, 방금 전 박자를 세 본 사람이 있나? 우리가 지금까지 5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지금 뒤에 들리는 소리를 세 보면, 핫둘셋넷다, 핫둘셋넷다, 핫둘셋넷다..

 

13:02

이게 박자 베이스에 일반적인 4 대신 5를 쓴 곡의 예시다. 물론 사람의 분석에 따라서는 이걸 4/4박이라고 부를 수도 있긴 하다. 왜냐하면 5박 + 5박 + 5박 + 5박을 크게 4 부분으로 나눠서(Subdivision) 계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5x4 = 20),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크게 묶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4 부분도 5개로 나눌 수 있다.(subdivision)

 

앞의 계산이 너무 박자를 너무 쪼갰다고 여겨진다면, 간단하게 5/8박이나 5/16박으로 써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혹은 20/16박이나. 20/8박으로 볼 수도 있다.

 

13:55

방금 들은 실로폰 소리도 전작의 사운드트랙에서 가져온 것이다. Surface Tension 곡에서 특징적(prominently)으로 사용되었던 소리다.

 

14:09

그리고 지금 배경에서 들리는 소리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다. 이 악기 소리는 전작에서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앨범에서는 이따금씩 나타난다.

 

14:23

또 지금 배경에 나오는 칩튠스러운 아르페지오도 그렇다. (14:30~38 구간을 들려준다)

 

14:38

이 곡 Thermodynamic Equilibrium은, 전체적으로 장 미셸 자르(Jean-Michel Jarre)에 대한 강한 오마주다.

 

14:48

특히, 조옮김(transpose)을 할 때, 이 곡은 전체적으로 화음이나 멜로디를 완전히 근음(Tonic)에서 5음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15:00

그리고 그럴 때, 메이저 5음, 이를테면 도미넌트로 이행하는 대신에 완전히 5음으로 조옮김한다.( 5음을 새롭게 근음으로 만들었다는 뜻인 듯) 이를테면 마이너 1음에서, 마이너 5음으로(minor one to minor five) 진행했다.

 

15:14

그리고 여기 어쿠스틱 기타가 다시 등장한다. 양 옆으로 말이다. 헤드셋이나 괜찮은 스피커가 있다면 들릴 것이다.

 

15:22

그래서 이 곡에서는 복잡한 박자 변조(Complex Metric Modulation)가 사용되고 있다. 일종의 박자 변환(Metrics transition)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15:29

최대한 열심히 설명해 보겠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극히 정상이므로, 궁금하면 언제든지 댓글로 질문하기 바란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겠다.

 

15:37

하여튼, 우리가 앞에서 4박자(4 beats)로 연주하고 있을 때, 각 박에는 5개의 길이 단위(Metric unit)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5박자(5 beats)로 연주하고 있는데, 각자가 4개의 길이 단위가 있다는 거다. 하나-둘-셋-넷-, 그리고 그 사이에 박자를 쪼개서, 핫둘셋넷, 둘둘셋넷, 셋둘셋넷, 넷둘셋넷, 닷둘셋넷. 이런 식으로 연주된다.

5/4박의 곡에서, 5번의 박자가 연주된다. 각 박마다, 4번씩 또 다른 타악기가 연주되고 있다.

 

15:55

잘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둘-셋-넷, 둘-둘-셋-넷, 셋-둘-셋-넷, 넷-둘-셋-넷, 다섯-둘-셋-넷. 이런 식으로 크게 5조각으로 쪼갤 수 있다는 것이다.

 

16:15

자, 이제 원래대로 돌아왔다. (13:02에 언급했던 박자를 얘기하는 듯) 하나-둘-셋-넷- 이런 식으로 (방금처럼 다섯 박자로 나뉘는 게 아니라) 크게 네 박자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16:34

지금 나오고 있는 리드 멜로디는 CS-80 신시사이저로 연주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CS-80의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야마하사(社)에서 1980년대 후반에 출시한 신시사이저 CS-80은 그 특유의 소리와 풍부한 화음이 특징으로, 블레이드 러너 OST의 작곡가 반젤리스(Vangelis)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17:04

이 사운드트랙에서 CS-80 소리가 나오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이번 사운드트랙에서 CS-80이 리드 멜로디로써 강조되고 있는 몇 부분 중 하나에 속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패드처럼, 배경에 깔리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다른 곡을 리뷰하면서도 이런 경우를 언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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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Terra Pluviam (비의 땅)

17:32

이제 Terra Pluviam이다.

Land of Rain (비의 땅)이라는 말의 라틴어다.

 

17:45

이 트랙에서는 전작 트랙 Moisture Deficit의 정신적 후속작을 만드려 했다. 그래서 몇 가지 진행되고 있는 화음이 반음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Semi-tone, Chromatic Movement upwards)

 

18:06

나~ ..다단~ 그리고 나머지는 생략하겠다. 하여튼 이런 식의 움직임으로 Terra Pluviam 오프닝 기타 파트가 연주되고 있다.

사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지금 전작과 이번 작을 잇는(connecting the dot) 구간에 나는 기타 파트와 지금 뒤에 들리는 패드를 활용했다. 이 트레몰로 효과로.. 나중에 이것으로 솔로 하는 파트가 있는데, 그때 다시 알려주겠다. ???? 무슨 말이지

 

18:46

이번 곡은 사운드트랙 내에서 가상 베이스를 활용하는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렉트로닉 신스 베이스가 아니라, 일렉트릭 베이스를 가상 악기로 연주하는 걸 말한다. 사용된 악기는 Spectrasonics사(社)의 Trillian이다.

 

나는 명확하고(Clean) 원색적인 화음(Original Harmonics)의 베이스 사운드가 정말 필요했다. 그래서 들어보면 뚜왕~ 하는 소리가 있다.

 

19:14

그리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베이스는 뭔가 많은 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 뭔가 오래된 싸구려 Harley Benton(할리 벤튼, 유럽 악기 회사)의 5현 베이스에, 또 낡은 현을 끼워서 연주하는 듯한 소리가 난다.

 

19:27

그리고 이 베이스 소리엔 일종의 한계가 있다. 나는 이렇게 쓰는 게 좋은데, 왜냐하면 실제로 연주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가끔은 소리만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그렇다.

 

19:47

여기 또 리스크 오브 레인 테마 모티프가 등장하고 있다. 뚜룽-뚜둔~

 

20:00

이 트랙에서는 Eurorack(유로랙, 모듈 신시사이저)이 사용되었다. 유로랙은 모듈러 양식이다. 그래서 여러 모듈들을 결합해서 하드웨어 신시사이저를 만든다. 그래서 오디오 신시사이저 완성품을 하나 사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기능, 이를테면 생성기나 필터, LFO 이런 것들을 연결해서 자기만의 패치를 만들 수 있다.

 

20:48

그리고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어릴 때나 밴드 할 때도 신시사이저를 쓰긴 했지만, 신스를 조립하는 것은 고사하고 내가 실제 하드웨어 신스 소리를 녹음한 것조차도 정말 오래전 얘기였다.

 

21:08

그러다가 이번에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몇 년 전부터 나만의 유로랙을 만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젠 좀 하드웨어적인 신스를 만져볼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해서였다. 왜냐하면 VST(가상악기)를 꽤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이었다.

 

21:20

아, 내가 VST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VST는 최고다. 왜냐하면 VST를 쓰면 누구나 CS-80나 Moog Modular(무그 모듈러 신시사이저)같이 비싸거나 단종돼서 쓰기 어려운 악기를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1:34

그렇지만 어떤 때는 실물 위에 손을 두고, 다이얼을 돌리고, 케이블을 끼우는 것 같은 작업을 하는 것도 좋다. 여러 툴이나 평소와 다른 플러그인을 써 보는 것처럼,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은 종종 창의력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뭔가 새로운 마음가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57

그리고 종종 나는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컴프레서, 최고의 EQ가 무엇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곤 하는데, 내가 봤을 때 그건 굉장히 따분한 이야기 같다. 그렇지만, 좋은 도구는 때로 영감을 주기도 한다.

 

22:18

어쨌든, 방금 여러분은 기타 솔로를 들었다. 미처 설명하진 못했는데, 다행히 이다음에 또 기타 솔로가 있다. 그건 조금 있다 얘기하자.

 

22:29

하여튼, 예를 들어서 지금 뒤에 배경으로 깔리는 아르페지오 된 신스 소리가 유로랙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가끔 들리는 기묘한 소리가 있는데, 일단 계속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내가 짚어 주겠다.

 

22:48

아 그리고, 앞서 얘기해줬던 다섯잇단음표(Quintuplet)도 유념해야 한다. 따따따따따, 따따따따따, 핫둘셋넷다, 핫둘셋넷다.

 

22:59

여기에는 내가 드럼을 가지고 와서 드럼 필을 친 다음, 이걸 역재생한 부분이 등장한다.(23:05부터)

 

23:10

그리고 이렇게 솔로 부분으로 이어진다.

 

23:24

내가 말했다시피 이번 사운드트랙에는 기타 소리가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부분은 내가 어떻게 기타를 쓰는 걸 좋아하는지 잘 드러내 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디스토션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고, 와와(Wahwah) 페달이, 그리고 웨미 바(트레몰로 암)를 쓴 듯한 풍부한 트레몰로가 들어가 있다.

 

23:48

그리고 기타 위에 높은음으로 클래식 리스크 오브 레인 신스가 나와서, 또 다른 레이어를 구성하고 있다.(doing an another line)

 

23:58

조금 있다가 솔로를 레이어링 하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겠다. 정확하게는 사운드트랙 끝부분에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있다 등장할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겠다.

 

24:14

갑자기 뜬금없이 나온 이 부분을 얘기해보자.

 

24:20

이 부분은 마이클 랜드(Michael Land)가 작곡한 루카스아츠의 더 디그(The Dig) OST의 오마주다. 공상과학 어드벤처 게임인데, 그 게임의 사운드트랙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항상 그 영감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공상과학 게임을 만드는 데다 우주가 배경이라니, 그래서 그 영감을 활용할 때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사운드트랙의 Mission to the Asteroid라는 곡의 코드 진행을 그대로 가져온 다음, 리스크 오브 레인의 사운드를 활용해서 재구성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이로운 느낌을 주면서 곡을 마무리한다는 의도대로 곡이 완성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8kBCO8x2JE 

1번 트랙의 도입부 30초가 굉장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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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Köppen as F-— (x나 쾨펜한)

이 곡의 제목은 세계지리 과목에서 나오는 쾨펜의 기후 분류를 인용한 것이다.

쾨펜의 기후 분류에서 Af 기후는 A-feucht(축축한, 눅눅한, 날씨가 구질구질한, 젖은)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열대우림기후'를 뜻한다.

따라서 쾨펜 Af 기후라는 개념을 통해 Köppen as F--- 의 역 두문자를 만들면서, 몬순과 같은 기상 현상이 발생하는 열대우림기후라는 의미와 곡의 분위기까지 암시하고 있다.

 

25:27

Köppen as F-— (x나 쾨펜한)이다.

 

25:32

이 곡은 7/4박으로 썼다.

 

25:38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25:43

7/4박은 내가 좋아하는 박자라서 꽤 자주 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로크리안 선법(Locrian Mode)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음.. 적어도 속임수 없이 로크리안 선법으로 쓸 수 있는 만큼은 썼다고 할 수 있다.

 

26:03

선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장조, 단조의 변형(variation)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피아노를 쳐본 적 있다면, 백건을 C음에서 시작해서 C음으로 끝낸다면 아이오니안(Ionian, Major와 같음)이다. 도리안, 프리지안 역시 각각 D음에서, E음에서 시작해서 한 옥타브 올라가서 끝난다. 리디안, 믹솔리디안, 에이올리안(Aeolian, Minor와 같음), 그리고 그 후에 로크리안이 있다.

 

로크리안 선법은 B음에서 시작해서 B음으로 끝내는 음정을 가지고 있는 선법이다. 로크리안 모드의 흥미로운 점, 특별한 점은 감 5음(Diminished 5th)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B에서 F 사이의 간격이 감 5도라는 뜻이다. 나머지 선법들은 모두 완전 5음을 갖고 있다.

 

27:02

다시 정리하자면, C-G음까지의 음정은 완전 5도다. 도리안에서 D-A도 완전5도다. 그런데 로크리안 선법의 B-F만은 감5도다. 완전5도는 특히 서양 음악에서 굉장히 핵심적인 음정이고, 또 우리가 듣는 거의 대다수의 음악에는 그 완전5도 음정을 다루고 있다. 로크리안은 그게 없다. 그래서 로크리안으로 곡을 쓸 때는 틀을 깰 수밖에 없다.

 

27:42

그래서 로크리안으로 쓰인 곡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혹은 로크리안으로 썼다 해도, 약간의 속임수가 들어가곤 한다. 로크리안 자체로 곡을 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7:50

으뜸화음(Tonic Chord) B로 시작해서 F까지 가는데, 그게 감 화음이니 완전 화음이 아니라서 안정성(혹은 완결성?)이 떨어져 무언가 다른 것을 쌓아 올리기가 어렵다.

 

28:08

각설하고, 지금 이 구간에선 오르간 소리가 나온다. Hammond(해먼드)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사실 해먼드는 오르간 브랜드 이름이다. 그런데 가끔 해먼드를 악기 이름처럼 바꿔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여튼, 이 악기는 건반악기다.

 

사운드트랙에서 오르간을 쓰는 이유를 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사운드트랙에서 일종의 목표로 하고 있는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에서는 오르간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들어보면, 뭔가 리드하는 포지션에 있지는 않다. 대부분은 뭔가 분위기를 채워주거나, 뒤에 화음을 추가하거나 하고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소리다.

 

29:05

나는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굉장히 지저분한(Dirty) 소리가 난다.

 

29:12

여기 역시 내가 어떻게 일렉트릭 기타를 거의 남용하다시피 하는지 드러나는 전형적인 사례다. 여전히 웨미 바를 사용하고 있다.

 

29:25

지금 뒤에는 전작 리스크 오브 레인의 리드가 다시 나오고 있다.

 

29:32

이제 새로운 악기가 등장할 것이다. 배경에 뭔가 정신없이 빠른 페이스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 소리는 (Synapse의) The Legend 라 불리는 VST다. Minimoog의 시뮬레이션을 해 주고 있다.

 

29:47

그리고 리스크 오브 레인 2에 등장하는 새로운 리드 악기이기도 하다. 이 악기 소리는 듣기 괜찮아서 리드나 패드로 자주 사용했다.

 

30:06

지금 등장하는 드럼 필인에 귀를 기울여보기 바란다.

 

30:12

이제 곧 등장한다.

 

30:14

핫 둘 셋 넷 닷 하나. 여기 이렇게 또 다섯잇단음표가 등장하고 있다.

 

30:26

그리고 솔로의 콘셉트가 점점 쌓이고 있다. 솔로 위에 솔로가, 그 위에 또 솔로가..

 

30:34

그리고 갑자기, 드럼이 멈춘다.

 

30:38

그렇지만 나머지 밴드는 계속 진행한다. 나는 누군가 코멘트했던, “플레이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 같다”는 평이 굉장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구간에서 어떤 생각을 했냐면, 너무 격렬해져서 플레이어가 한계에 도달하고, "아 x까, 이제 그만할래." 이러는 것을 상상하면서 곡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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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Disdrometer (강우량 측정기)

31:06

이 곡도 7/8박으로 썼다. 아니면 7/4박이라고도 할 수 있다.

 

31:13

일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31:23

이 부분을 들어보면,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네어가 7박에 맞게 연주되고 있지 않다. 드럼 부분은 메인 비트에 들어갔을 때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31:45

여기 구간에 나오는 신스도 CS-80다. 굉장히 특이한 소리인데, 마치 사람이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1:58

전작에서 나온 멜로트론스러운 패드 소리다.

 

32:04

이제 스네어를 들어보자.

 

32:07

스네어와 스네어 간의 박자를 세면 된다. 해보자. (탕)하나, 둘, 셋, 넷, (탕)하나, 둘, 셋, 넷 이처럼 스네어는 4/4박인 것처럼 연주되고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악기들은 7/4에 따르고 있다.

 

32:29

이제 돌아오고 있다. (스네어가 다시 7/4박으로 돌아와서 3박과 7박마다 치고 있다)

 

32:33

아 참, 여기서 들리는 금속성 타악기는 가믈란(Gamelan, 인도네시아 전통 타악기 앙상블의 총칭) 소리다.

 

32:43

지금 배경에서는 전작 메인 모티브의 변주가 연주되고 있다.

 

32:55

지금 소리도 전작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악기다. 내가 게임의 음향 팔레트(Sonic Palette)를 만들 때에는, 뭔가 좀 더 유기체적인(organic).. 이게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져질 듯한(tangible)한 느낌… 음..

 

33:20

이것도 정확한 명칭(nomenclature)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날로그적인(non-quantized) 소리랄까,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주되는듯한 소리를 담고 싶었다.

 

33:44

난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조화가 마음에 든다.

 

33:54

여기서는 뭔가 일종의 뭔가 외계스럽고(feels very alien), 재즈스러운 브릿지를 넣어보고 싶었다.

 

34:11

여기서 솔로가 나타난다. The Legend가 내는 Minimoog 신스의 소리다. 많은 사람들이 이 구간 바로 뒤에 나오는 급작스러운 솔로가 좋다고 말해주곤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체 사운드트랙 중에 지금 이 구간을 최고로 꼽고 싶다.

 

34:43

솔로 뒤에는, 패드가 티키티키티키티키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느낌의 펄스(짧은 진동이 반복되는) 사운드 대부분은 일반적인 패드를 쭉 재생한 다음에, 트레몰로 플러그인을 적용시킨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정적인 악기에 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방법이다.

 

35:17

이 부분은 신시사이저로 연주하는 게 참 재밌었다. 굉장히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더라.(get very expressive)

 

35:59

이 부분은 얼리 액세스 때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후에 이 곡을 수정하면서, 드러머가 키보드 연주자를 따라 들어오도록 했다.

 

36:29

여기 기타가 뒤로 살짝 들어온다. 아르페지오를 하고 있다.

 

36:55

여기 기타 코드도 좋다. 굉장히 이세계적인(other-worldly) 느낌이 난다. 코드만 보면, 현악기(Strings, 기타도 현악기긴 하지만 여기선 바이올린 같은 찰현악기를 의미하는 듯) 세션으로 연주해서 뭔가 스릴러에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뭔가 무서운 분위기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고요하면서도(serene), 모호하면서 또 외계스럽다.

 

37:21

가믈란이 나오고 있다.

 

37:26

아, 말하는 걸 잊었는데, 지금까지 Disdrometer (강우량 측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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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Into the Doldrums (침체기 속으로)

37:33

Into the Doldrums다.

 

37:37

내가 전체 사운드트랙 중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다. 그리고 곡을 쓰는 것도, 연주하는 것도 가장 재밌었던 트랙이다.

 

37:47

여기 또 CS-80이 나오고 있다. 한 옥타브를 포르타멘토로 움직이고 있다. 포르타멘토는 소리가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미끄러지듯 변하는 것을 말한다.

 

38:08

얼리 액세스의 이 곡을 기억한다면, 그 곡에서는 시작할 때 등장하는 아르페지오 밑으로 아주 낮은 음의 신스가 깔려 있었다. 지금 들리는 뚜뚜뚜뚜뚜 하는 거 말이다.

 

38:25

참, 그런데 이건 말해야겠다. 지금 등장하는 이 시퀀스, 뚜뚜뚜뚜뚜뚜, 뽀뽀뽀뽀뽀뽐 이 소리는 오프닝 트랙인 Through a Cloud, Darkly에도 똑같이 사용되었다. 완전히 같진 않다. 그 곡은 훨씬 느린 템포고, 7/4박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똑같은 요소(material)가 사용되었다.

 

38:47

하여튼 내가 말하려던 건, 이 트랙에는 원래, 지금 메인 릭(lick, 짧은 곡조)으로 재생되고 있는 둥글고 부드러운 신스가 없었다는 점이다.

 

39:04

그리고 이 신스는 사운드트랙 작업 중반부 즈음에 등장했다.

 

나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그 세부사항이 모두 달성되기 전까지는 사운드트랙을 완성했다고 마무리하지 않는데, 이는 사운드트랙을 작업할 때 굉장히 중요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나는 가끔 새로운 사운드를 떠올리거나, 기존 패턴이 확장되거나, 새롭게 모티브적, 화음적, 멜로디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나는 항상 적극적으로 기존에 작업했던 곡으로 가서, 곡을 다시 역설계한 다음, 기존 곡을 다시 쪼갠다.(splice) 설령 곡이 완성되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39:53

그렇게 한 다음 앞서 떠올린 새 요소들을 추가한다. (39:57 부분에 음성 겹침이 있음) 그렇게 하면 흩어져있던 조각들(separated pieces)이 갑자기 하나의 예술로서 응집하기 시작한다. 뭐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테마가 되는 것이다.

 

40:11

나는 이런 콘셉트가 좋다. 이런 게 내가 어떤 특정 사운드트랙을 만들 때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다.

나는 하나의 테마로, 하나의 앨범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작업들은 통일성(unity)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번역이 애매한데, 원문 그대로 받아 적으면 이렇다.

and I love this concept. This is something that interests me a lot. when writing a special soundtrack.

but anything you're doing that is to be presented as a one theme, as an album, I think, needs to be have unity.

 

40:31

나람 빠람~ 이 부분도 리스크 오브 레인 메인 모티브가 나오고 있다. 이번엔 상향이다. CS-80 소리다.

 

40:46

나는 이 곡에서 이 부분의 드럼 파트를 쓰는 게 정말 좋았다.

 

41:09

여기도 리스크 오브 레인 리드 신스가 나타나고 있다.

 

41:21

방금 마지막 악구(phrase) 소리, 뜨르르↘(41:20~21) 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다면, 이게 내가 쓰는 굉장히 전형적인 악구임을 알 수 있다.

솔로에서 내가 이 악구를 쓰는 것을 분석해 보면, 5음에서 시작해서 스케일을 따라 2음으로 내려간 다음, 1음으로 피치 벤드(pitch-bend)하고 있거나, 1음으로 피치 벤딩하는 것처럼 암시된다.

 

41:45

그리고 다시 한번, 기타가 다시 솔로로 리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위에 또 다른 신스도 자기만의 역할을 하고 있다.

 

42:03

그리고 드러머가 뒤에서 존(Zone? Zong?) 솔로를 하고 있다.

 

42:16

내가 엄청 좋아하는 부분은 기타 피드백이 장 3음으로 가서 갑자기 곡이 메이저 스케일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다. 완전 우연으로 발견하긴 했지만, 이후엔 의도적으로 녹음해 곡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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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A Glacier Eventually Farts (And Don’t You Listen to the Song of Life) (빙하도 결국엔 방귀를 뀐다 (그리고 너는 생명의 노래를 듣지 않지))

42:48

이제 공허 벌판의 배경음악을 들어보자.

 

42:53

나는 굉장히 어둡고, 앰비언트 한 곡을 쓰고 싶었다. 그 결과물은 꽤 만족스럽다.

 

43:05

아마도 이 곡이 내가 쓴 것 중 가장 어두운 곡일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을 작업한 이후 한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음산한(bleakness) 느낌의 곡조를 계속 반복해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43:18

사실 이 곡을 써진 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아니면 어떻게 영감이 번뜩 떠올랐는지라고나 할까, 영감 자체는 많이 있었지만 뭔가 하나로 묶을 수가 없었다. 단순한 앰비언트에서 뭔가 곡으로서 완성되려면 뭐가 필요한지 떠오르지가 않더라.

 

43:37

이때, 아이디어를 하나로 묶은 것은 앞서 말했던 ‘도구’(tool)가 영감을 준 덕분이었다.

당시에, 내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시퀀서인 큐베이스(Cubase)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업데이트 때 큐베이스 측에서 새로운 딜레이 플러그인을 발표했었다.

 

뒤의 내용을 참고했을 때, Cubase 10.5에서 추가된 MultiTap Delay 기능을 얘기하는 듯하다.

해당 기능에 대한 소개 영상은 더보기를 클릭해서 확인할 수 있다.

 

 

43:58

굉장히 다채롭고 흥미로운 기능들이 새로 추가됐는데, 특히, 각 딜레이의 반복마다 디스토션, 패닝, 비트 크러싱, 피치-시프팅(pitch-shifting)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44:11

그리고, 몇 가지 다른 기능들도 있었다. 어쨌든 요점은 새로운 도구가 생겼고, 나는 그 도구를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렉트릭 피아노에 그 도구를 써 봤다.

 

44:19

그랬더니, 원래 굉장히 단조로워서(bland) 배경에 묻히는(atmospheric) 소리(flourish)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처럼 앰비언트 위에 재생되는 기묘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딱 내게 필요한 사운드였다.

 

44:40

그리고 이제 이 트랙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간다. 다름 아닌 내레이션(Voice-over)이다.

 

44:56 ~ (배경에 들리는 내레이션 : 파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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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here is vile and base.

이곳의 자연은 원초적이며 야만적이다.

I would see asphyxiation and choking and,

질식과 숨 막힘, 그리고,

fighting for survival and, just rotting away...

생존을 위한 싸움, 그리고 썩어가는..

 

Of course there's a lot of misery.
비참함이 만연하다.
The trees here are in misery and,
이곳의 나무도 비참하고,
the birds are in misery, I don't think they sing,
새들도 비참하다, 노래하는 것 같지 않으며,

they just screech in pain.
그저 고통에 비명 지를 뿐이다.

But it is the same misery that is all around us.
그렇지만 이는 우리 주변에 있는 비참함과 똑같은 비참함이다.

 

45:04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 내레이터를 하고 있는 사람은 베르너 헤어초크(Werner Herzog)다. 그는 야성적 영화 제작자다.(barbarian filmmaker)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둘 다 감독했다.

 

45:18

여기서 나오는 독백은 레스 블랭크(Les Blank)의 다큐멘터리, 꿈의 무게(Burden of Dreams, 1982)에 나온 것이다. 레스 블랭크는 베르너 헤어초크가 영화 위대한 피츠카랄도(Fitzcarraldo, 1982)를 아마존 정글에서 촬영할 때 동행했던 다큐멘터리 제작자다.

 

45:33

위대한 피츠카랄도의 촬영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출연진이 어려웠던 일은 큰 증기선을 산 위로 끌고 올라간 것이었다. 왜냐하면 영화 줄거리 상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연진들은 실제로 단순한 끌개와 밧줄만을 이용해 배를 통째로 언덕 위로 끌어올렸다.

 

46:00

하여튼, 정말 멋진 영화다. 여러분도 보길, 위대한 피츠카랄도,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그 영화 제작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꿈의 무게도 보면 더 좋다.

 

46:12

그리고 이 독백은 다큐멘터리 상에서 헤어조크가 자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46:26

난 특히 이 트랙이 자랑스럽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곡의 제목이다.

 

아마 도입부에서 눈치챘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곡을 쓸 때 평범한 제목을 쓰지 않는다. 곡 제목을 ‘메인 테마’, ‘보스 전투 1’, ‘미스릭스’, 특정 레벨에서 나오는 배경음악이라 해서 ‘공허 벌판’ 이렇게 짓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는 (제목이) 테마적으로도 서로가 잘 맞는지, 더 큰 하나의 일부로써 완성되는지 생각을 많이 한다.

 

46:45 ~ (배경에 들리는 내레이션 : 파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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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like a curse, weighing on an entire landscape.
이 땅 전체에 내려앉은 저주와도 같다.
And whoever goes too deep into this has his share of that curse.
그 저주 속 깊이 들어간 자 역시 그 저주의 일부를 담고 있다.
It's a land that god has created in anger.
이곳은 창조주가 노하여 창조해낸 땅이다.
Even the stars up here in the sky look like a mess.
이곳에서는 하늘의 별조차 엉망진창인 듯 보인다.

Taking a close look at what's around us,
there is some sort of a harmony.
우리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조화로움을 찾을 수 있다.
The harmony of overwhelming and collective murder.
압도적이고 집단적인 살해의 조화다.

But when I say this, I say this all full of admiration.
그렇지만, 나는 존중을 가득 담아 말한다.
It's is not that I hate it — I love it, I love it very much.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 정말, 정말로 좋아한다.
But I love it against my better judgment...
어리석게도 나는 정말로 좋아한다...

 

46:58

이번 사운드트랙에는 내가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곡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번 곡은 작곡가로서, 아니, 인간으로서의 내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쓴 어떤 곡에게 준 제목보다도,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온 세계 어떤 곡에게 준 제목보다도 최고의 제목에 곡을 헌사한 것(hand-over)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목은, *A Glacier Eventually Farts (And Don’t You Listen to the Song of Life)*다.

바로 그거다. 이—들아. 내 제목이 아니라, 베르너 헤어초크의 제목이다.

 

마찬가지로 원문을 일부 병기하겠다.

and there are many titles in this soundtrack that I 'm really happy with.

but, in this particular case I have to say that it's one of my finest moments as a composer, as a human being really.

because this is hand-down (that) the best title I've ever given any pieces of mine. and to be honest, it's probably the best title ever used in any piece of music in the entir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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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Nocturnal Emissions (몽정)

Nocturnal Emission을 직역하면, 야간의 배출, 분출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곡의 제목은 복수형(Emission's')인데, 아쉽게도 그런 의미를 충실히 살리지는 못했다.

 

48:03

이제 Nocturnal Emissions다. 이것 역시 내가 좋아하는 제목이다.

 

48:11

뜻을 모르겠다면 검색해 봐라.

 

48:20

이 트랙은 약간 기묘한데, 두 개의 베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악기가 같은 베이스라인을 연주한다는 게 아니라, 두 베이스 악기가 서로 다른 베이스라인을 연주한다는 뜻이다. 하나는 실제 어쿠스틱 베이스다.

 

48:38

어쿠스틱 베이스는 리스크 오브 레인 처음과 끝에 등장한다.

 

48:44

시작할 때의 앰비언트 패턴은 사실 내 목소리에 여러 효과를 입힌 것이다. 뭔가 바람 들린듯한(whistly) 소리가 지금도 배경에서 들리고 있다.

 

49:08

또 다른 첫 번째는, 여기 등장하는 플루트다.

 

49:20

이 부분의 숨소리 같은, 투르르르 소리가 이따금씩 나온다.

 

49:36

이 곡도 굉장히 이른 데모부터 만들어졌다. 데모에서는 일렉트릭 피아노랑 도입부의 아르페지오도 배경에 같이 나왔었다. 그건 일종의 복조적 화성(bi-tonal harmony)이다.

서로 다른 두 스케일의 서로 다른 코드(chord), 서로 다른 조성(tonality)을 활용해서, 서로 충돌하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A 단조에, F 단조를 부딪힌다. 그런 다음에 다시 A 단조로 내려온다.

 

50:29

여기서 Minimoog 에뮬레이터 플러그인인 The Legend를 다시 활용해서, 솔로를 하고 있다.

 

50:36

참 기묘한 솔로다. 왜냐하면 코드가 기묘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50:50

이 꿀렁꿀렁하는(pulsating) 신스 소리는 유로랙으로 만들어졌다. 뽑 빱 빱 뽑 빱 뽑 뽑 빱 뽑 빱

 

51:10

리드 신스의 마무리가 리스크 오브 레인 모티브인 걸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 라라라↘

 

51:17

여기 아까 말했던 일렉트릭 피아노 소리가 나온다.

 

51:22

A 단조~ F 단조~ (x2)

 

51:33

가믈란(Gamelan)이 여기서 반대로 연주된다. 나는 앞서 언급했던 이런 유기체적인(organic) 소리를 마구 쓰는 게(exploit) 좋았다. 뭔가 다 집어던지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다. 그랬더니 뭔가 반응이 오는 것 같다. 뭐랄까, 가믈란에 내가 망치를 집어던지면, 거기에 부딪혀서 울리는 느낌의, ‘딸랑딸랑~’하는 소리라고나 할 수 있겠다.

 

방금 들었던 숨소리 가득한 플루트도 그렇고. 실제로는 리코더지만. 그 리코더는 내가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예전에 무슨 여행 같은걸 다녀와서 집어 온 거다. 전문적인 용도의 악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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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The Dehydration of Risk of Rain 2 (리스크 오브 레인 2의 탈수화)

52:23

이제 The Dehydration of Risk of Rain 2다.

 

52:26

이 곡의 원래 제목은 “The Dehydration of Risk of Rain 2’s Main Theme by It’s Composer Chris Christodoulou”였는데, 이는 19세기 말엽에 굉장히 긴 책 이름이 유행했던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비슷한 예시로(연도는 훨씬 이르지만), 로빈슨 크루소의 원제는 The Life and Strange Supriz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 who lived eight and twenty years, all alone in an un-inhabited island on the coast of America 다.

 

52:42

2007년에 미국에서 개봉했던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이라는 영화 제목도 비슷한 맥락이다.

 

52:52

그렇지만, 곡 제목에 내 이름을 직접 쓰는 것은 유통 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텐데, 플랫폼에서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며, 또 플랫폼 자체적으로도 제목에 뭐는 쓸 수 있고 없고 하는 내용의 복잡한 가이드라인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괜히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로 하고 제목을 짧게 줄였다.

 

53:20

각설하고, 다음 파트에 CS-80로 작은 멜로디가 배경에 나타난다.

그렇지만, 이번 파트에서 그 멜로디를 미리 불러보겠다.

 

(크리스가 직접 멜로디 파트를 불러준다)

 

53:43

(내가 부른 대로 나오는지) 확인해 보시라.

 

54:01

자, 앞서 부른 그 멜로디는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운드트랙으로부터 인용한 것이다. 영화 The Ghost Writer의 사운드트랙인데, 딱히 좋은 영화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운드트랙이 좋았다. 알렉산더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작곡했다.

 

54:26

이 부분의 메인 테마를 잘 들어보면, 해당 곡의 멜로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54:38

지금 들리는 이 기묘한 역재생 소리는 내 유로랙으로 만들어졌다. 내가 이 소리를 디자인할 때는 팀 버튼 감독의 1989년 영화 배트맨 마지막에 나오는 조커 웃음소리가 연상되었다.

 

54:59

영화 끝에 보면, 조커가 교회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데, 그때 조커가 가진 소지품 중에 흐헤헤헤호히하호호 하면서 웃는 소리가 나는 물건이 있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 작업할 때 이 역재생 소리를 넣으면서 그 소리가 생각이 나더라.

 

55:25

이번 곡의 제목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자. 제목이 암시하듯, 이 곡은 메인 테마의 리메이크(redux)나 가벼운(light) 버전이다.

 

55:36

그렇긴 하지만, 내게는 이 곡을 쓰는 게 이 음악이 어떻게 쓰였고, 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곡은 사실상 원곡과 크게 다를 바 없고, 그저 몇몇 레이어를 제거했을 뿐이기 때문이다.(taking out a muting tracks)

 

다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원곡에 여러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돼서, 최종적인 곡으로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56:12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이어를 몇 개 제거한 것이 전부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적절하게 편집도 하고, 몇몇 파트는 오히려 추가하고, 수정해서 더 잘 어울리게끔 했다.

 

그렇지만, 이런 아이디어, 그러니까 리스크 오브 레인 시리즈는 모두 작곡들이 굉장히 빽빽한데, 다시 말하자면 수많은 일들이 곡 내에서 일어난다.

 

그 아이디어 뒤의 핵심은 이러한 작곡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흉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이 세계에 급작스레 내던져지고, 그리고 사방팔방에서 적에게 공격당하지 않는가?

 

56:59

여기, 이전에 말했던 작은 멜로디가 다시 등장한다. 5음에서 라-라라라, 하면서 2음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2음은 1음으로 다시 피치벤딩 된다.

 

57:06

잘 들어보면, 솔로 파트에서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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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Parjanya (파르자냐)

57:22

이제 Parjanya다. 인도 신화에서 등장하는 비의 신을 뜻한다.

 

57:32

내가 정말 좋아하는 트랙인데, 내가 처음 작업했던, 얼리 데모 때 만들어진 곡 중 하나다.

 

57:47

여기서는 CS-80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57:53

또 스펙트로 신시사이저의 일종인 Izotope 사의 Iris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악기에서는 샘플을 선택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해당 샘플의 특정 주파수가 역재생되도록 하거나, 혹은 어떻게 재생되도록 할지 설정할 수 있다. 아니면 어떤 특정 이펙트를 만들 수도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지금 뒤에서 재생되고 있는 패드 소리를 만들었다.

 

58:20

이곳에서 들리는 느릿느릿한(drawly) 소리, (58:25) 딱 여기, 이 소리 역시 유로랙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드럼에 사이드체인(sidechain)되어 있다. 사이드체이닝이란 간단히 말해서, 한 레이어에 플러그인을 넣은 다음, 다른 레이어의 소리를 끼워 맞추는 것이다. 어떤 플러그인을 쓰느냐에 따라서 플러그인이 들어 있는 레이어의 소리가 변한다.

 

이 글에서 트랙은 곡(song, piece, music)과 동일한 의미로 정리하고, 레이어는 곡 하나에서 사용되는 악기, 오토메이션 등을 통칭하는 말로 통일했다.

여기서는 사이드체인 기능을 활용해서 특정 악기 채널에 플러그인이 적용되는 비율을 조정한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레이어라고 번역했다.

 

58:53

참고로(small parenthesis), 다섯잇단음표(quintuplets)를 들어보라. 하나, 둘, 셋, 넷, 다섯. (x4)

 

59:06

다시 사이드체인이다. 보통 사이드체인으로 가장 자주 연결되는 플러그인은 컴프레서(Compressor)다. 한 레이어에서 다른 레이어에 영향을 미칠 때, 보통 드럼 같은 악기로 영향을 준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냐면, 드럼이 칠 때마다 영향받는 레이어의 소리가 감쇠한다.

 

그래서 가령, 패드나 목소리가 영향받는 레이어라 하자, 패드 소리가 나는 중에 킥드럼 소리가 난다면 패드 소리가 감쇠하게 된다. 이런 테크닉을 활용하면 소리에 어떤 빈 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이드체인이 되지 않은 경우, 패드의 볼륨은 처음부터 끝까지 100%다.(주황 선) 그렇지만, 사이드체인이 된 경우, 킥 소리가 나타날 때마다 컴프레서가 작동하여 패드의 볼륨이 0이 된다.(초록선) 이후, 킥 소리가 사라지면서 패드 볼륨이 100으로 점점 복구된다. 킥이 완전히 사라지면(빨간선) 볼륨이 100으로 돌아온다.

59:47

이 트랙의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호푸 게임즈와 내가 작업을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초창기 데모는 뭐랄까, 꽤나 과감했다. 어떤 조성(Tonality)을 쓸지 실험해본다던가, 아니면 이 곡처럼 굉장히 기묘한 곡이라던가, 드럼루프만 보내본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 막 나가도 될까? 하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뭘 가져 오든 항상 답변은 “괜찮다.” 였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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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Hydrophobia (공수증)

공수증(恐水症)은 물을 두려워하는 증상이란 뜻이다. 하지만 Hydrophobia는 통상적으로 광견병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물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하는 사운드트랙 작명법을 존중하여 공수증으로 번역했다.

 

1:00:38

이제 Hydrophobia다.

 

1:00:48

아마 이게 내가 이번 게임에서 쓴 첫 번째 헤비메탈 곡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보스 전투에서 사용되는 배경음악이 Thermodynamic Equilibrium이랑, 그다음에 이게 나왔다.

 

그 시점이 일렉트로닉 드럼만 쓰는 게 아니라 어쿠스틱 드럼이랑 기타도 사용해야 된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그래서 “좋아, 그럼 완전 메탈로 가 보자고.” 하면서 만들었다.

 

1:01:21

물론 여기 릭(lick)은 일렉트로닉 베이스이긴 하다.

 

1:01:38

나는 뭔가 곡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 요소가 있나 찾아보고 있었다. 좀 노래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있어서였다. 그래서 여기 타타타타! 하는 소리를 넣었다.

 

1:01:54

그러고 나서 그런 느낌을 좀 더 발전시켜서, 다른 악기의 소리도 그렇게 타타타타 끊기게끔 했다. 그렇게 해서 좀 더 기계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1:02:07

한편, 지금 부분은 Moisture Deficit 중반부에서 복사 붙여넣기 한 것이다. 심지어 기타 같은 신스도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아웃트로의 기타를 가져와서 여기에다가 넣었다. 지금 옆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면, 굉장히 느리게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1:02:30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와! 리스크 오브 레인 전작이다! 돌아왔구먼!” 이럴 줄 알았는데, 진짜 아무 반응도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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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ntarctic Oscillation (남극 진동)

1:02:46

전작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곡 Antarctic Oscillation은 전작 사운드트랙 Arctic Oscillation에 대한 직접적인 인용이라 할 수 있다.

 

1:03:01

그래서 당연히 지금 나오고 있는 신스같은 샘플도 해당 트랙으로부터 직접 가져온 뒤, 이번 곡용으로 좀 더 조정을 거친 것이다.

 

1:03:14

이 트랙 역시 7/4박으로 썼다.

 

1:03:26

그리고 기타의 트레몰로, 와미 바가 온 힘을 다 쥐어짜 내고 있다.

 

1:03:33

지금 파트는 사실 전작 사운드트랙 Dewpoint의 1절(Verse)을 흉내 내는 것이다.

 

1:03:45

여기서도, 댓글란에 사람들이 이 부분을 듣고 전작의 Dewpoint를 떠올려주길 바랬는데, 그런 반응이 하나도 없었다. 당신네들 공부 좀 더 해야 돼!! 네? 네..

 

1:04:05

여기 나오는 칩튠 같은 소리와 실로폰 소리는 전작에서도 나온다. 하여튼, 이번 작에서 Sky Meadow 스테이지의 배경음악을 리메이크했으니까(주석 참조), 이제는 전작의 음악 그 자체도 리메이크해 보고 싶었다.

 

15번 트랙 The Rain Formerly Known as Purple은 전작 Chanson d’Automne의 리메이크이며, Chanson d'Automne은 전작 Sky Meadow 스테이지의 배경음악이었다.

 

1:04:35

그래서 이 곡은 보스 트랙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그땐 Arctic Oscillation이 공식 명칭이었다. 하여튼, 여기서도 기묘하고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 위해 다섯잇단음표를 사용하고 있다.

 

1:04:59

킥드럼이 다섯잇단음표의 힌트를 주고 있다.

 

1:05:09

이 기타 솔로와 키보드 솔로는 원래 버전과 달리 역할이 서로 바뀌었다. 키보드는 솔로는 좀 더 섬세하고(Nitty?),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그래서 세컨드 솔로로 넣고, 긴장감 조성과 해소(tension and release)의 역할을 맡겼다.

 

1:05:31

이 파트에서는 Arctic Oscillation(전작의 트랙)의 코드를 가져와서 새롭게 하고 있다.

 

1:05:44

많은 사람들이 게임 개발 과정에서 요구했던 게, 전작의 사운드트랙을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1:05:56

그렇지만, 나는 내 곡을 커버한다던지 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좋아, 그럼 가져는 오겠지만, 내 방식대로 가져오겠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서 가져올 거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도한 것 중 하나가 지금 이 곡이라 할 수 있다.

 

1:06:27

여기 솔로가 미쳐 날뛰는게 참 마음에 든다. 개쩐다.

 

1:06:42

그리고 좀 더 미쳐날뛰는 기타 태핑도 여기 나온다.

 

1:06:47

난 지금 이런 느낌의 더블 킥 리듬을 드럼으로 넣어보고 싶었다. 이 부분의 뒷부분은 앞부분을 약간만 수정한 복붙이다. 내가 “굳이 똑같은 걸 두 번 할 이유 있겠나, 뒤에 걸 조금 더 손보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었다.

 

1:07:07

충분한 애피타이저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것 때문에 곡을 멈출 필요가 없다.

 

1:07:17

그리고 다시, 이 부분은 3번 나온다, 아닌가? 2번이었나?

 

1:07:25

형식(form)이나 파트를 손봤다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런 손보는 작업이 사운드트랙을 만들 때 참 귀찮은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곡의 형식을 조절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많은 부분들이 각자 다른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다른 파트가 연주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악기를 반복해서 연주시켜도 되는지, 아니면 충분한지, 혹은 조금 더 앞에 치고 나오게 할지, 아니면 뒤에 배치할지.. 이런 점들을 정말 어렵게 고민했다.

 

물론, 게임 내에서는 똑같은 곡조가 여러 번 반복되어도 문제없긴 하다, 알다시피 초창기 게임들은 1분 30초짜리 루프를 무한 반복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스타일의 작곡을 할 때에는 의미 없는 반복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엇이 어디에 오고, 얼마나 많이 반복되는지 등을 결정할 때 고민을 꽤 많이 했다.

 

1:08:27

여기 또 다섯잇단음표가 킥드럼으로 나오고 있다.

 

1:08:32

살짝 비트가 따로 노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탬버린 소리를 들어보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킥드럼은 탬버린을 따라온다.

 

1:08:53

어째서 이렇게까지 내가 다섯잇단음표에 매료됐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사운드트랙을 생각할 때부터 다섯잇단음표를 넣고 싶었는데, 하나의 요소, 하나의 모티브로서 넣어보고 싶어서 그대로 작업했다.

 

1:09:11

내 생각에는 당시 들었던 현대 음악으로부터 영향받은 것 같다. 뭐랄까, 프로그레시브 하게 만들어진 음악 같은 것들 말이다. 팝송 같은 거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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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The Rain Formerly Known as Purple (자줏빛으로 알려졌던 비)

1:09:29

자, 이제 스카이 메도우(Sky Meadow)의 배경음악이다. 또한 전작 사운드트랙 Chanson d’ automne.. 의 리메이크이기도 하다. 일렉트릭 피아노 리프를 가져온 뒤, 파형을 상당히 변형시켜서 이 곡에 썼다.

 

1:09:54

그리고 일부 드럼 루프도 가져왔다. 지금 들리는 림드럼 에뮬레이션으로 만든 드럼 루프 위에 전작의 드럼 루프가 레이어 되어 있다.

 

림드럼이 뭐냐면, 70~80년대 후반에 나왔던 드럼 신시사이저, 드럼 머신이다. 림드럼은 당대 여러 아티스트들이 즐겨 썼는데, 그중에는 프린스도 있었다. 그래서 가져왔다.

 

이 곡을 유심히 잘 들어보면, 내가 드럼머신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내가 형태에 진실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Because I’m using the drum machine, cause I wanted to stay true and form.??) 이 곡에는 드럼 필이 없다. 곡 전체에 딱 하나의 드럼 루프만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어쿠스틱 드럼이 없다.

 

1:10:52

나-라라라, 이 음에서 다시 리스크 오브 레인 메인 모티브가 메인 멜로디에서 오르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1:11:04

지금 나오는 일렉트릭 기타 리프의 클린 톤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1:11:10

이 구간에서는 엔빌로프 스톰프 박스로 손을 보고 있다. 엔빌로프라고 불리긴 하지만, 사실 그게 하는 일은 신호를 받아서, 살짝 필터를 적용해 주는 정도다. 그래서 얼마나 강하게, 약하게 적용하냐에 따라서 일종의 와와 이펙트를 주게 된다. 볼륨에 따라 열리고 닫히면서 작용하는데, 그래서 엔빌로프라 부르는 것이다.

 

1:11:39

다시 리스크 오브 레인 멜로디가 나오고 있다. (메기는 소리, Call)

 

1:11:48

새로운 리스크 오브 레인 멜로디가 앞의 멜로디에 대답해주고 있다. (받는 소리, Response)

 

1:12:02

이 조용한 드럼루프는 Chanson d’Automne.. 에서 등장한 것에 필터를 적용한 것이다.

 

1:12:32

하여튼, 이 테마 뒤에서 들리는 조그마한 리프, 뿜뿜빠붐- 빠, 뿜뿜빠붐- 빠, 뚠뚠뚜룻 뚯, 뚠뚠뚜룻, 뚯 이 소리는 사실 24시간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리프다. 내가 알기로 이 멜로디는 고전 레이싱 게임 “테스트 드라이브 2”(The Duel: Test Drive 2, 1989)에서 나온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랬다.

 

나는 정말 멜로디가 이런 줄 알고 있었는데, 실제 곡을 녹음할 때 즈음에 원곡을 찾아들어봤더니 내가 생각했던 거랑 완전히 다르더라. 대신 정말 빠르고, 말하자면 완전 다른 느낌의 곡이었다.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 게 묘했다. 내 기억에 맞춰서 작업했는데, 막상 원곡을 들어보니 달랐다는 게 말이다.

 

Test Drive 2 - The Duel의 실제 메인 테마곡은 이렇다.

더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Fx8YXTlUgU

Test Drive 2 - The Duel, "Title/Main Theme"

 

 

1:13:28

솔로를 듣고 싶었을 텐데, 주절대서 미안하다.

 

1:13:37

이 곡 전체를 프로듀싱하는데 대략 2주 정도 걸렸다 하면, 솔로를 만드는 데는 30일이 걸렸다.

 

1:13:55

왜냐하면 음표 하나하나 완벽하게 다듬고 싶었기 때문이다.

 

1:14:04

그리고 이 부분은 명백하게 프린스의 곡 퍼플 레인(Purple Rain)에 대한 오마주다.

 

1:14:12

이 곡의 제목이 The Rain Formerly Known as Purple(자줏빛으로 알려졌던 비)라고 아직 얘기하질 않았는데, 제목 자체가 프린스에 대한 오마주다.

프린스가 활동하던 당시에 레이블과 계약 다툼이 있었어서, 프린스가 자신의 이름을 이상한 심벌로 바꾸고는 사람들이 “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rince”(프린스라 알려졌던 예술가)라고 부르게 됐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1:14:49

그리고 지금 파트부터 곡 끝까지 이어지는 솔로는 얼리 액세스 트랙 이후 추가됐다.

 

1:15:10

사실, 지금 이렇게 아웃트로까지 페이드 아웃되기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솔로는 여기서 들리는 것보다 그보다 더 길게 간다. 하지만 리스크 오브 레인 2 엔지니어 에디션 2를 사서 보면, 여기 솔로를 끝까지 들을 수 있다. 거기서는 솔로가 계속 이렇게 올라가다가 멈춘다. 왜냐하면 실제 곡에서는 페이드 아웃하니까 말이다.

 

1:15:40

그리고 이 트랙에서 여기 부분도 퍼플 레인에 대한 오마주다. 그 곡에서도 뭔가 피아노, 현악 4중주가 기묘한 코드를 연주한다.

 

이 부분이 이 곡에서 흥미로운 지점인데, 왜냐하면 오랫동안 나는 이 곡이 뭐랄까, 5분 정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파트는 한 12분 길이로 만들어서 프린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처럼 하려고 했다.

그래서 계속 이어지면서 오르간이 연주되고, 계속 빌드업하다가 완전 새로운 곡처럼 변하고,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둘로 나뉘어서는, 다음의 우울한(somber) 무언가로 변하고, 나는 이런 식으로 그의 승천(ascension)을 묘사하고 싶었다.

 

1:16:37

여기 소리가 간단한 만큼, 나는 이 소리를 만들 때 엄청나게 많은 시도를 했다. 소리, 템포, 모든 작은 드럼 소리, 심벌즈까지 손 봤는데, 아, 나도 이젠 모르겠다.(my wits’ end)

 

1:17:02

그래도,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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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he Raindrop that Fell to the Sky (하늘로 떨어진 빗방울)

1:17:10

이제 The Raindrop that Fell to the Sky다.

 

1:17:17

내게는 굉장히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다.

 

1:17:25

내가 이 곡을 쓸 당시에, 나는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그때까지 해 놓은 게 많긴 했지만, 끝까지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냥 Coalescense만 있으면 되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마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하고 있다. 정말 열심히 뭔가 새로운 걸 해 보려고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똑같은 옛날 곡만 달라고 하는데, 그게 자꾸 머리에 들어오더라.

 

음, 내가 조금 사람들에게 시비조로 말한 것 같은데, 물론 사람들이 구작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 사람들이 그 곡을 좋아해 주니까, 나로서는 영광이고 놀랍고, 또 사실 정말 고맙다.

 

그렇지만, 어떤 지점에 다다르면 결국 나는 나아가야 한다. 작곡가로서 말이다. 무언가 하나에만 매달리고 싶지 않다.

 

1:18:29

그래서 이 곡은 그런 일종의 혼란 속에서 튀어나왔다.

 

1:19:12

하여튼, 이 곡도 5박으로 쓰였다.

 

1:19:19

이 곡이 5/4박인지, 5/8박인지, 5/10박인지는 지금 이 시점에선 좀 논쟁의 여지가 있다.

(5/4박으로도, 5/8박으로도 박자를 세 준다)

 

1:19:40

원하는 대로 박자를 세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따지자면, 시퀀서에서는 5/8박으로 작업했다. 말하자면, 후반부, 빠른 부분에서는 좀 더 엄격하게 5/8 박인 게 드러난다.

 

1:19:59

하지만 여기에서는 5/4박이라 할 만하고, 나 역시 적어도 이 부분은 5/4박이라 생각한다.

 

1:20:06

또, 여기서는 작은 로토톰(Rototom, 로토탐이라고도 함)이 드럼 킷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 시점까진 써 본 적이 없는데, 이번 트랙에서 도입됐다. 왜냐하면 이런 뚜루루뚱뚱, 뚜뚱 뚜뚱 같은 느낌의 필(fill)을 넣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20:31

이 트랙은 페달(Pedal)이라는 작곡 기법을 사용한다. 그 말인 즉, 그 위에 있는 코드는 변하지만, 베이스 노트는 근음 그대로 연주되는 것을 말한다.

 

1:21:00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기는 확실히 5/8박이다.

 

1:21:10

난 이 코드 진행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기묘하고 또 예측 불가능한가?

이 곡이 좀 정적인 편인데, 청자는 아까 같은 기묘한 부분을 듣게 된다.

 

1:21:27

그리고 나는 여기 드럼도 매우 만족스러운데, 특히 하이햇의 뉘앙스가 그렇다.

 

1:21:52

이 트랙에는 뭔가 코멘트하기가 어려운 게, 자꾸 이 곡에 몰입해 감상하게 된다. 이 곡은 듣는 게 즐겁다.

 

1:22:00

다시, 여기서 The Legend가 Minimoog 에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내가 하도 좋아하다 보니 정말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내가 Arturia사(社)의 신시사이저를 쓰는 걸 본 트위터의 어떤 친구가 나한테 이 신스를 추천해 줬다. 거기에도 Minimoog 에뮬레이션 기능이 있다. 아마 Mini-V라고 부를 거다.

 

하여튼 그 친구가 The Legend도 한 번 써 봐라, Minimoog 에뮬레이션 기능이 더 낫다, 이렇게 추천하더라.

나는 뭐가 더 낫다(better)고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The Legend는 진짜 좋다.(good)

 

더 낫다는 건 좀 주관적인 용어인데, 엄밀하게 Minimoog을 ‘에뮬레이션’한다는 점에서는 The Legend가 더 ‘낫지’는 않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The Legend가 더 낫다.

 

1:22:47

왜냐하면 The Legend는 사용할 수 있는 파형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 추측이지만, 살짝 더 삐빅거리는(Beepy) 소리가 있는 것 같다. 확실친 않지만 말이다.

 

1:23:02

자, 그래서 이제 이제 곡에서 B 파트로 진입한다.

무슨 얘기냐면, 이제 곧 곡의 코드가 바뀔 것이라는 뜻이다.

 

1:23:14

여기 멜로디를 들어봐라.

 

1:23:18

5음이 2음으로 내려가고, 다시 1음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1:23:25

리스크 오브 레인 모티브다.

 

1:23:59

이 부분에서는 근음에서 단 4도 음으로 내려가면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굉장히 간단한 코드 변화다. 그렇지만 내게는 뭔가 곡 진행이 좀 더 열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곡이 지금까지 근음 위주로만 진행됐는데(페달링 기법 때문에), 단 4도 음을 마디 첫 박에 가져오면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드러내 주고 있다.

 

1:24:38

이 파트를 녹음하는 것은 굉장히.. 뭐랄까, 흥이 넘쳤다기보다는 영적인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곡을 계속 반복시켜놓고 솔로나 리드 사운드를 연주했는데, 굉장히 많은 즉흥 연주가 들어가 있다. 녹음한 뒤 음표를 하나하나씩 고치면서 생각하기를, 이거 정말 괜찮은걸, 했다. 심신을 진정시켜주는 느낌이었다.

 

1:25:13

이 곡은 그리스 전통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현악기도 연주하고, 굉장히 자유롭고 떠다니는 듯한 음악이다. 운율도 그렇다. 심지어는 가사 없이 목소리로 흥얼거릴 때도 그렇다.

 

1:25:36

목소리 하니까 말인데, 지금 부분은 내가 이번 사운드트랙에서 두 번째로 목소리를 쓰고 있는 부분이다. 아마 처음 쓴 것은 Nocturnal Emission일 것이다. 목소리로 아마 패드를 만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부분은 말 그대로 합창(choir)이다.

 

그래서 나는 4가지의 성부를 직접 불러서, 복사해서 편집했다. 엔지니어 에디션을 들어보면, 목소리라기보다는 굉장히 기묘한, 내가 피치-벤드(pitch-bend)하고, 보코더를 거쳐서 굉장히 일렉트로닉하고 전혀 목소리 같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게 내가 리스크 오브 레인 2에서 시도한 첫 번째 ‘합창’이라고 말하고 싶다.

 

1:26:22

인간 목소리는 굉장히 특이한 악기이기 때문인데, 이 곡을 작업하면서 내가 녹음하면서 느꼈듯, 뭔가 굉장히 영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떤 신시사이저나 오케스트라 악기도 어떤 영적인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27:07

나~나나나~ 이 부분도 리스크 오브 레인 메인 모티브가 나오고 있다. 이 모티브는 사운드트랙 어디에나 있다.

 

1:27:12

가끔 댓글로 “와, 5:31에 모티브가 있네요!” 이런 식으로 달아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나는 “네, 어디에나 있죠.” 이런 반응이다.

 

1:27:26

그런 코멘트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하여튼 찾아보면 모티브는 진짜 말 그대로 어디에나 있다는 거다.

 

1:27:40

이 부분에서는 곡의 브릿지 부분에서 따온 코드 진행이다. 거기에 그냥 기타 같은 것만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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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You’re Gonna Need a Bigger Ukulele (더 큰 우쿨렐레가 필요할 거다)

1:27:57

이제 최종 보스전인 You’re Gonna Need a Bigger Ukulele다. 유쿨렐레? 유쿨릴리? 우리 그리스에서는 유쿨릴리라 부르는데, 영어로는 정확히 어떻게 읽는지 잘 모르겠다.

 

1:28:19

굉장히 두껍고 강한 메탈 사운드가 들리고 있다. 마치 둠 2016년작 같은 느낌이다.

 

1:28:32

여기서 갑작스러운 코드 변화가 나타난다. 좀 더 잘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다시 작업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

 

1:28:40

아닌가, 지금이 할 땐가?

 

1:28:46

이 곡은 전작 트랙 Double Fucking Rainbow 테마라고 할 수 있다.

 

1:28:54

Double Fucking Rainbow는 언젠가 한 번 다시 손 봐서 발전시키고 싶었던 곡이다. 그 곡의 뭔가 망가진 듯한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우울한 느낌도 있고 말이다.

 

1:29:22

여기서 나오는 빠른 칩튠스러운 사운드로 Double Fucking Rainbow가 반영된다.

 

1:29:31

여기 섹션에서는 전작 트랙 Percipitation의 드럼 루프를 가져왔다. 전작의 최종 보스인 프로비던스와의 싸움에서 재생되는 배경음악이다. 그걸 살짝 비틀어서, 지금 파트처럼 만들었다. 기이한 기타도 나온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미스릭스가 전작의 프로비던스의 형제라는 점을 암시하는 장치다.

 

1:30:11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7/2박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메인 파트는 굉장히 느린 7박의 7/2박이다. 내가 Percipitation에서 드럼 루프를 이 곡으로 가져왔을 때, 내가 실제로 시퀀서에서 박자 설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냥 샘플을 가져다 놓고 7/2곡의 섹션과 길이에 끼워 넣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박자 변조(Metric Modulation)를 한 것처럼 되었다. 실제로 뭔가 복잡한 수학 계산이나, 폴리리듬처럼 여러 다른 박자들을 끼워 맞추는 작업을 하지 않고도 말이다.

 

1:31:16

나는 이 곡이 블랙 메탈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블랙 메탈 말이다.

 

1:31:32

이 부분에서 리스크 오브 레인 신스가 등장해서, 제 갈 길 가고 있다.

 

1:31:44

그리고 여기 기타로 새로운 리프가 등장하고 있다.

이 리프는 이전에 칩튠스러운 소리로 나왔었다.

 

1:32:24

다시 Percipitation의 드럼 루프가 등장한다.

 

1:32:37

아까 말했던 그 칩튠스러운 소리가 여기 다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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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n lentitud poderosa (천천히, 강하게)

후술 할 해설에서도 나오지만, 이번 트랙의 제목은 아르헨티나 문학 작품의 한 구절이다.

해당 구절의 마지막 문장은 Llovió, con lentitud poderosa.이다.

 

스페인어는 동사의 형태를 통해 주어를 유추할 수 있다. (1인칭, 2인칭, 3인칭 + 단수, 복수형 동사가 따로 있음)

Llovió 는 Llover의 3인칭 과거 단순 완료 단수형인데, 결과적으로 뜻은 '비가 내렸다' 정도로 할 수 있을 듯하다.

con 은 영어의 with과 대응되는 말이다.

lentitud는 slowness, 와 대응할 수 있다.

poderosa는 poderoso의 여성형 형용사로, slowness를 '강력한, 권위 있는' 등으로 꾸며주고 있다.

 

즉, 영어로 직역하면 (it) Rained, with powerful slowness.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wordpress 블로그에서 찾은 영역본에서는 The sky rained slow, strong rain.으로 해석했다.

 

제목을 단순히 보이는 대로, '강력한 느림과 함께'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감이 미묘했기 때문에, 문장이 완성되었을 때 어떻게 번역되는지를 고려하여 '천천히, 강하게'라고 번역했다.

아래의 더보기에는 참조한 링크들을 담아두었다.

더보기

 

1:32:54

자, 이제 …con lentitud poderosa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곡에 있는 모든 정보를 곡 길이 내로 쥐어짜 내 설명하기 위해 지금 네 번째 녹음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도 실패할 것 같긴 한데, 그래서 이번에는 분량이 초과되면 다음 트랙에도 이어서 계속 말하겠다.

 

1:33:17

자, 그러면 이 곡은 Coalescense 2인가? 전혀 아니다. 이 곡은 후속작도 아니고, 리메이크도 아니며, 리믹스도 아니다.

이 곡은 Coalescense의 위성(satellite)이다.

 

1:33:40

내가 지금 ‘위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일차적으로는 이 곡이 달에서 재생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곡의 모든 잠재력을 다 이끌어내려면, 이 곡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하려면, 중력의 이끌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Coalescense다.

 

1:34:05

근본적으로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말이다.

 

1:34:10

인트로와 피아노에 대해서 좀 얘기해 보자. 이 곡은 Coalescense의 코드를 낭만주의적으로 재화성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듣고 쇼팽의 전주곡을 떠올렸다고 하더라. 맞다. 정확하다. 특히 첫 두 코드가 완전히 똑같다.

 

그렇지만 쇼팽의 특정 전주곡을 커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내 의도는 Coalescense를 낭만주의 스타일로 연주하고자 한 것이다. 그 낭만주의 음악의 시대에 쇼팽이 살기는 했지만 말이다.

 

1:34:45

여기서는 Coalescense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일렉트릭 피아노가 등장하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도 등장하고 이어지다가, 팀파니가 등장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부분까지 다다른다.

 

1:35:05

하지만 여기(1:35:06) 등장하는 멜로디는.. 사실 전작 트랙 Monsoon의 리프로부터 나온 멜로디다.

 

(Monsoon의 리프를 불러준다)

 

1:35:21

이 부분이 Monsoon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건 몰랐을 거다. 이 곡이 Coalescense와 Monsoon을 섞었다니, 이 곡의 코드 자체는 분명 Coalescense에서 가져온 것이니까 모를 수도 있겠다.

 

1:35:31

하여튼, 이 곡은 내가 어떤 방식으로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가져오는지 알려 준다. 시작점에서도 그랬듯이 끝점에서도 요소들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는 프로비던스의 형제인 미스릭스와 싸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현재의 상황을 음악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1:35:53

그래서 나는 이 곡을 쓸 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거의 1년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다른 곡을 작업하면서도 ‘이 모든 걸 다 어떻게 마무리하지?’(wrap this up)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나는 Coalescense 2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내 생각은, “최종 레벨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거였다.

 

1:36:17

왜냐하면 나는 전작에서 마지막 스테이지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고 있었고, 그 스테이지에서 나온 배경음악은 특별히 더 그랬다는 것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1:36:26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뭔가 이 감정적인 벅차오름에 음악을 일치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어떤 측면으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1:36:40

계속 생각해 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이 곡을 쓸 때는 수없이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가며 연구했다.

 

1:36:50

결국에는, 굉장히 느린 인트로로 시작한 다음, 폭발시키면서 지금의 파워풀한, 감정이 북받치는 부분으로 진행한다는 현재 버전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37:04

나는 이게 아마 유일한 방법일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말이다.

 

1:37:11

굉장히 많이 고민했는데, 변경점도 많이 줘 보았고, 버전별로 솔로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만족스럽다. 나온 결과물이 자랑스럽다.

 

이 곡을 작업할 때 주된 기준(criterium)은 이 곡이 나 스스로에게 감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이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말이다.

 

그러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꼈던 것처럼 감정적인 반향을 느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1:37:49

이제 제목 얘기를 좀 해 보자. con lentitud poderosa라는 텍스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아르헨티나의 포스트 모더니즘 작가)로부터 나온 것이다.

 

1:38:00

El inmortal(The Immortal, 국내 정발명은 ‘죽지 않는 사람’(민음사, 알레프, 2012 中))이라는 단편에서 나온 말이다.

 

1:38:06

나는 약 3년 전부터 보르헤스의 글을 읽고 있는데, 사실 거의 푹 빠지다시피 해서 보르헤스의 글을 정말 많이 읽었다.

 

1:38:19

그전에는 보르헤스를 잘 몰랐고, 몇몇 단편 정도나 살짝 읽어본 정도였다.

 

1:38:28

하지만, 내가 이걸 읽었을 때, 음.. 그 해당 구문, 그러니까 밴드캠프에 올린 앨범 설명문에도, 유튜브 해당 곡 영상과 영상 설명에도 구문 전체가 인용되어 있다.

 

그 구문이 내가 꽂힌 부분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이게 좋은 곡 이름이 될 지조차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와, 이거 진짜 좋다. 하면서 기억에 남기려고 그 페이지 한 귀퉁이를 접어서 표시했었다. 나중에 다시 보려고 말이다.

 

1:39:19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이 구문이 “비가 천천히, 강하게 내린다.”로 끝나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사운드트랙 이름을 지을 때 비, 물, 날씨 이런 걸 테마로 짓고 있었으니, 굉장히 인용하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에 내가 이 트랙을 완성해가는 시점에, con lentitud poderosa, 이 인용문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강력한 느림이라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거기다 내가 곡을 쓰면서 느꼈던 감정 상태와도, 내가 곡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감정과도 맞아떨어졌다.

 

1:40:04

이 정도로 con lentitud poderosa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40:11

적어도 이번 코멘터리에서는 말이다.

 

아직 얘깃거리가 많은데, 이를테면 어디서 참고를 했는가 같은 내용들이다. 이 곡에는 내가 얘기하다 보니 지나친, 퀸(Queen)의 곡 Winter’s Tale의 솔로를 인용한 부분도 있다.

 

1:40:30

음… 에휴, 하여튼, 얘기할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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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Petrichor V (페트리코어 V)

페트리코어는 건조한 흙 위에 비가 내릴 때 발생하는 흙 내음을 뜻한다. 출처는 위키백과다.

 

1:40:38

이제 Petrichor V다. 브이라고 불러도 되고, 로마 숫자 5라고 읽어도 된다. 둘 다 나름대로의 이유로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1:40:50

제목의 Petrichor는 유튜브 댓글에서 나온 말이다.

 

혹시 7년 전에 내가 전작 리스크 오브 레인 OST를 올렸을 때, “제목으로 Petrichor를 쓰는 건 어때요?” 하고 댓글을 달아준 사람이 이 영상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댓글을 즐겨찾기 해 놓고 브라우저를 바꿨는지 이것저것 하다가 어느 순간 링크를 잃어버렸는데, 적어도 그 댓글 내용만큼은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

 

1:41:20

왜냐하면 그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 댓글을 보자마자 ‘만약에 리스크 오브 레인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 제목은 꼭 써야겠다.’ 하면서 적어놨었다.

 

그러고 나서, 후속작을 만든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이 기억을 되살려서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

 

1:41:37

그러는 동안 Disasterpeace가 작곡한, 게임 Hyper Light Drifter의 OST가 나왔다. 그런데 트랙 제목 중에 Petrichor가 있더라.

 

그래서 아이고, 선수를 빼앗겼네, 이제 내가 저 제목을 쓰면 따라 했다고 할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다행히도) 아무도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아무래도 좋은 얘기긴 하지만, 요네즈 켄시가 2015년 발매한 싱글 앨범 Flowerwall의 3번 트랙 이름도 ペトリコール(페토리코-르)다.

크리스의 Petrichor V, Disasterpeace의 Petrichor, 켄시의 ペトリコール 셋 다 이번 기회에 다시 들어보았는데, 분위기가 전혀 다른 세 곡이 똑같은 주제로 엮이는 것이 새삼스럽지만, 흥미로웠다.

 

1:41:55

하지만, 여전히 Disasterpeace가 선수 친 제목인 Petrichor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좀 변형을 주고 싶어서 V를 추가했다. 그래서 이 곡 제목에는 V가 있다.

 

1:42:12

우리가 호푸 게임즈와 후속작 얘기를 막 시작했을 즈음이다. 맨 처음에 논의했던 것은 이번 게임 OST에 어떤 음악적 영향을 줄 지 관련된 얘기였다. 호푸 게임즈와 나는 거의 동시에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를 언급했다.

 

1:42:30

반겔리스(Vangelis)가 블레이드 러너의 OST를 작곡했기 때문에, 호푸 게임즈가 비밀 레벨, 개방된 맵, 앰비언트 같은 얘기를 할 때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했다.

 

아마 이 주제로 던컨(Duncan Drummond, 호푸 게임즈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랑 얘기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이 얘기가 나오자마자 한 30분 동안 이 곡을 썼던 것 같다.

 

1:42:53

이 곡은 콘셉트적인 측면에서 매우 단순하다. 아마 레이어 3개만 썼을 거다. 메인 앰비언스를 연주하는 신스랑, 멜로디 신스 하나랑, 나머지 하나는 이따금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소리다.

 

1:43:08

이제 최종 단계에서는 레이어 몇 개가 더 추가된다. 하지만, 이 곡을 작업할 때는 반겔리스 하나만 생각했다.

 

1:43:23

나는 반겔리스를 오마주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

 

1:43:28

그래서 다시, 이 곡은 거의 대부분 가상악기 The Legend와 CS-80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 반젤리스스러운 곡을 만든다는 것이다. 특별히 반젤리스의 작품(aurals?), 앰비언트의 곡 말이다.

 

1:43:55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곡이 장조(Major key)라는 점이다. 그래서 장조로 곡을 쓰게 돼서 정말 좋았다. 이 곡을 들으면서 굉장히 편안함을 느꼈고, 그래서 V가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V는 반젤리스(Vangelis)에 대한 태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44:17

하지만 여기서 기분 좋은 우연이 있는데, 물론 수많은 예술들이 모두 이런 기분 좋은 우연들로 구성되지만 말이다. 하여튼 V가 로마 숫자로 5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숫자 5는 이 사운드트랙 전체에서의 핵심(key) 콘셉트이기도 하기 때문에, 곡 제목에 들어간 V는 브이라고 읽어도 되고, 숫자 5로 읽어도 된다는 것이다.

 

1:44:46

이 곡에서 재밌는 점은,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이 제목에서 행성의 이름을 연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타 트렉이나 공상과학 매체를 보면, 행성 이름이 ‘뭐시기 + 로마 숫자’로 표기되지 않는가?

 

1:45:10

알 사람은 알겠지만, 앞의 ‘뭐시기’는 항성계의 이름이고, 뒤의 숫자는 해당 항성을 공전하는 행성의 순서를 의미한다. 그래서 태양계(Sol)에서 지구는 Sol III라 이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Petrichor V는 Petrichor 항성계의 다섯 번째 행성이라 부를 수도 있다.

 

1:45:39

하지만, 그래, 사람들이 행성 이름을 Petrichor V라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행성에 이름이 없었는데, 어느 날 던컨이 나한테 물어보더라. “크리스, 그 제목이 어쩌다 나온 거야?” 그래서 나는 아까 말했던 유튜브 댓글 얘기를 해 줬다.

 

1:45:54

던컨이 그걸 듣고는, “사람들이 Petrichor V라 부르는데, 우리들은 지금까지 행성 이름도 제대로 안 짓고 그냥 ‘그 행성’이라고 하지 않았냐, 그러면 그냥 공식적으로 행성 이름을 Petrichor V라 하는 건 어떨까?” 하고 물어보더라.

 

1:46:05

그래서 나는 좋네, 멋진걸. 그렇게 하자. 이렇게 답했다.

 

1:46:10

그러니, 여러분들이 이 행성의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고맙다.

 

1:46:14

한편, 이다음에 나오는 굉장히 밝고 빛나는 느낌의 CS-80 멜로디를 들어보면, 텅 비어있는 느낌 말고 말이다..

 

(1:46:23에 그 밝고 빛나는 느낌의 멜로디를 따라 불러준다)

 

이 부분 말이다. 가능하면 이 멜로디를 계속 주목해주기 바란다.

 

1:46:28

그 멜로디는 리스크 오브 레인 모티브다.

 

1:46:51

이 다음 섹션에서는 모티브를 좀 더 명료하게 들을 수 있다. 일종의 종결부(coda)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47:02

이제 함께 이 곡을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코드 진행을 짚어보겠다.

 

1:47:21

이건 으뜸음(Tonic)이다. 곡의 1음이라 할 수 있다.

 

1:47:41

이건 6음 상향 진행이다. (above the six)

 

1:47:54

이건 2음 상향 진행이다. 단화음도 있다. (above the two, both minor chords)

 

1:48:05

이제 5음으로 하향 진행했다.

 

1:48:10

그리고 다시 1음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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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Lacrimosum (눈물 흘리는 자)

1:48:13

이제 Lacrimosum이다. ‘눈물 흘리는 자’라는 뜻이다. 남자(he)도, 여성(she)도, 물체(it)도 아니다. 그냥 눈물 흘리는 ‘존재’(thing)다.

 

1:48:23

이 곡은 말 그대로 con lentitud poderosa의 리덕스(Redux, 리믹스와 유사하지만 옛것을 ‘부활시킨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음) 버전이다.

 

아마 내가 유일하게 손 본 것은 리드 신스의 필터 정도였을 것이다. 좀 더 밝은 느낌이 들게 하고, 적절한 멜로디처럼 들리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외에 지금 들리는 모든 것은 con lentitud poderosa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하다. 몇몇 레이어는 음소거(mute)하긴 했지만 말이다.

 

1:48:45

이제 마무리해도 될 것 같다.

 

1:48:49

거의 두 시간이 지났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두 시간 더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부디 댓글로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길, 가능한 한 대답해 주겠다.

제작 과정에 관한 것이든, 앨범에 대한 것이든, 개발에 관한 것이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1:49:07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은, 몇몇 곡, 그러니까 두~세곡 정도 선택해서, 좀 더 자세하게, 채널 하나하나, 음표 하나하나, 이펙터 하나하나씩 등등 어떻게 작업했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에 남겨주기 바란다.

 

1:49:27

하여튼, 리스크 오브 레인 2 엔지니어 에디션 2는 현재 주문 가능하고, 앨범은 스탬프로 출하(export)된다. (??)

설명란에 링크가 있으니까 참고해서 곡들을 잘 뜯어보기 바란다.

 

1:49:42

또 Spotify나 Apple Music, Bandcamp 같은 플랫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플랫폼에서든 확인하고 구매해 주면 내게 큰 도움이 될뿐더러, 내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래서 내 창작물이 흥미로웠고, 더 들어보고 싶다면, 나를 도와주면 고맙겠다.

 

1:50:08

들어줘서 고맙다.

유익하고 재밌었길 바란다.

조만간 리스크 오브 레인 관련 작업물을 가지고, 또 찾아오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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